전여운7 그 날의 지문은 그 날의 지문은 전여운 핸드폰의 지문 인식 기능이 잘 통하지 않는다. 요리조리 손가락을 돌리면서 양쪽 엄지의 지문을 각 두 번씩이나 등록해 두었지만 여전히 먹히지 않는다. 결국 지문 인식을 통한 잠금 해제는 30초 뒤에 다시 가능하다는 암울한 메시지가 뜨고, 어쩔 수 없이 패턴을 입력해 화면을 켠다. 사람의 지문은 그 자체로 아주 완벽한 인증 시스템이다. 지문은 사람마다 고유하고 ‘이론적으로는’ 절대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한번 그 지문을 손에 넣는다면 그 사람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속속들이 찾아낼 수 있다. 주민등록증을 처음 만들던 그해 겨울에 난 수험생의 음울함이 덜 가신 밋밋한 낯으로 동사무소에 가서 지문을 눌러 찍었다. 그날 보았던, 인주를 묻혀 찍은 지문은 마치 짓눌린 포도 같았다. 그 짓눌린 포.. 2020. 7. 8. 이전 1 2 다음